수목 밤 10시만 되면 우리를 TV 앞으로 모여들게 만들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얼마 전 종영 돼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드라마를 빠지지 않고 보신 분들이라면 대사에 사용된 순 우리말 표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떤 표현인지 알고 계신가요? 오늘 우리말 바로 쓰기에서 자세하게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도민준(김수현)이 이런 이야기를 했죠. '버티고개에 가 앉을 놈'
앞 뒤 상황을 보니 좋지 않은 말인 것 같긴 한데, 무슨 뜻일까요?
이 말은 순 우리말 표현으로 '생김새가 험악하고 마음씨가 곱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 서울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나 한남동에서 장춘단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통틀어 '버티고개'라고 했는데요. 이 고갯길에는 도둑이 많아 순라꾼들이 야경을 돌면서 "번도!"라고 외치며 도둑을 쫓았던 데서 이 '버티고개'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김새가 험악하고 마음씨가 곱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옛날부터 이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말의 유래를 알고 나니 더 재미있는 표현이죠.
또 천송이(전지현)가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들을 중고로 처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여러분도 요즘 물품 거래 많이 하시죠? '중고'라는 한자어에 밀려 좀처럼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오래된 헌 물건'을 뜻하는 순 우리말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마병]인데요. 예전에는 헌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을 [마병 장수]라고 했답니다. 오늘부터 중고라는 한자어 대신 [마병], 중고 판매상을 [마병 장수], 또 중고 매장을 [마병 가게]라고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순 우리말로 [변죽]이라고 하는데요. '변죽을 울리다'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변죽을 울리다'는 본래 '그릇의 가장자리인 변죽을 치다'라는 뜻인데요. 그릇의 가장자리를 쳐서 서서히 울리게 한다는 점이 비유적으로 확대돼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에둘러서 말을 하다'는 뜻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과 함께 얼마 전 소치 올림픽이 모두 끝났습니다. 더이상 선수들의 열띤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긴 하지만 소치 올림픽이 열렸던 러시아와 5시간의 시차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행스럽기도 한데요. 그런데 시차와 관련해서 잘 못 쓰이는 표현이 있습니다.
'시차가 같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는 맞는 말일까요?
'시차'는 '어떤 일을 하는 시간이나 시각에 차이가 나는 일' 또는 '세계 각 지역의 시간 차이'를 말하는데요. 사실 시차가 같다는 말은 틀린 표현으로 '시차가 없다' 또는 '시차가 나지 않는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매들을 땄든 따지 못했던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선수들 참 자랑스럽습니다.
(글 : 김을지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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