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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방송 CH8/우리말 바로쓰기

우리말 바로 쓰기(26회) 두루치기 몽니 민낯/맨송맨송

 

 

날씨가 따뜻해 초목의 싹이 돋고, 겨울잠 자던 동물이 땅 속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이 얼마 전 지났는데요. 이번 겨울은 어느 해보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어서 파릇파릇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만연한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오늘도 우리말 바로 쓰기 힘차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졸려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채소를 한데 넣고 볶아서 음식 만드는 것을 [두루치기]라고 하죠? 갓 지은 뜨끈한 밥과 함께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내는 음식인데요. 하지만 [두루치기]는 음식 만들기의 의미 말고도 몇 가지 뜻이 더 있습니다.

'한가지 물건을 이리저리 두루 쓰는 것'이라는 뜻과 '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이라는 뜻도 있고, 이밖에도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뜻으로 쓰입니다. 요즘 흔히 많이 사용하는 멀티플레이어라는 말 대신 [두루치기]라는 말을 사용해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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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운기 한 대를 동네 사람들이 두루치기로 몰고 다녔다.

2. 리어카 하나로 하루 이사가는 집 한 군데만 붙들면, 이럭저럭 두루치기로 한몫 보던 시절을 잊지 못해 하는 것이다. (출처:이문구,장한몽)

3. 학생들을 두루치기로 나무랐지만 실상은 모임에 빠진 학생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4. 그는 농사,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 없는 두루치기다.

 

 

 흥5

 

상대방이 그다지 잘못한 일도 없는데 트집을 잡아서 심술을 부리거나 괴롭히려 드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꼭 한 명씩 있는데요. 이 같은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을 일컫는 순 우리말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몽니]라고 하는데요. 그런 성질을 부리는 것을 [몽니 부리다], [몽니]를 자주 부리는 사람을 [몽니쟁이] 또는 [몽짜]라고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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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사람은 몽니가 궂어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걸.

2. 몽니 사납게 굴지 마. 벌 받아.

 

 

 셀카2

 

화장은 여성에게 있어 필수가 됐을 만큼 참 중요한데요. 저도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로는 집밖으로 나가는 게 꺼려집니다. 바로 이럴 때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민낯]이라 하는데요. [민낯]에서 '민-'은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 접두사인데요. [민머리], [민다래끼] 따위의 '민-'이 모두 그런 뜻으로 쓰였습니다. 한편 접두사 '민-'은 [민꽃식물], [민등뼈동물]에서와 같이 '가지지 않거나 없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 [쌩얼] 대신에 [민낯]으로 고쳐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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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낯으로 다녀도 얼굴이 고운 여자.

2. 선을 보러 온 처녀답지 않게 얼굴에 찍어 바른 것이 없는 민낯이어서 볼수록 잡티가 없고 수더분해 보여 다행이었다. (출처:이문구,산 너머 남촌)

 

 

 

 

 

음식의 간이 잘 맞지 않아 싱겁거나 무언가 부족한 맛이 느껴질 경우, "무슨 맛이 이렇게 밍숭맹숭 해?"라는 말 많이 하시죠? 그런데 밍숭맹숭이 아니라 [맨송맨송]이 맞는 말입니다. [맨송맨송]은 '털이 있어야 할 곳에 털이 없어 반반한 모양'이라는 뜻도 있고, '산 따위에 나무나 풀이 우거지지 않아 반반한 모양'을 일컫는 말인데요.

예를 들어 "나이가 먹으니 머리털이 맨송맨송 다 빠졌다." "나무가 없어 맨송맨송한 민둥산"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술을 마시고 취한 기색 없이 정신이 말짱한 모습'에도 [맨송맨송]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요. "술은 많이 마셨지만 정신은 맨송맨송하다."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밍숭맹숭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전에는 없는 말이니까요, 맛을 표현할 때는 "맛이 싱겁다, 맛이 없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겠습니다.

 

예문 더하기)

1. 흰 무명 수건을 질끈 동인, 언제나 칼로 맨송맨송 민 머리

2.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하는 일 없이 맨송맨송 세월을 보냈다.

 

 

 

 

<요약노트>

 

 

 

글 : 김을지 아나운서 / 예문 : 네이버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