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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방송 CH8/우리말 바로쓰기

특집 우리말 바로 쓰기

 

 

 '우리말 바로 쓰기' 프로그램이 벌써 50회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 동안 순 우리말과 올바른 우리말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요.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그램을 위해 힘써 주신 조규태 박사님과 함께 우리말 바로 쓰기 특집방송을 꾸며 봤습니다. 먼저 '바르고 쉽고 고운 말을 쓰자'라는 주제로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박사님과 이야기 나눠 봅니다.

 

 

 

 

[바르고 쉽고 고운 말을 쓰자]

 오늘은 시청자 여러분들이 좀 더 나은 우리말을 쓰는 데 몇 가지 도움이 되는 말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나날이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가듯이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은 조물주가 사람에게 준 최대의 선물입니다. 말로써 생각과 느낌을 주고 받으며,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아갑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일들이 말로써 이루어진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는 이처럼 소중한 선물을 좀 더 잘 사용해야겠다는 생각과 말을 하고 있습니까? 오히려 말로써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생기지는 않는 지요.

먼저 말로써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정확한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내가 한 말이 정확하지 않다면 남이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잘못 알아듣게 됩니다.

정확하지 않은 말은 대부분 발음을 잘못해서 일어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음이 정확해야 우선 내가 하는 말 그 자체를 알아들을 수가 있습니다. 음절이라 부르는 소리마디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발음을 해야 남들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있습니다. 말소리를 알아들어야 그 속에 든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음으로는 대명사를 많이 써서 일어납니다. 가끔 사람들은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어휘력이 부족해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여보 내 와이셔츠 어디 있어요?"

"안방에 거기 있어요."

"안방 어디 말이요?"

"왜 장롱 거기에 있잖아요."

"장롱 어디 말이요?"

"오른쪽 장롱을 열면 옷걸이 가운데 있어요."

 

흥5

 

 

가상적인 어느 부부의 대화입니다. 처음부터 맨 마지막에 아내가 한 말처럼 했으면 간단히 의사소통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을 정확하게 해야겠다는 의식이 없이 말을 하게 되니 대명사를 많이 써서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말을 할 때 어려운 말을 하여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어려운 말은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자말이요, 또 하나는 외래어입니다. 한자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한자어 중에는 고유어와 다름없이 이해될 수 있는 낱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한자어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한자어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여죄(餘罪)를 색출(索出)하는 데 만전(萬全)을 기(期)하기 바랍니다.

 → 남은 죄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금일(今日)은 사고다발지역에 차량이 진입(進入)함을 불허(不許)합니다.

 → 오늘은 사고가 잦은 곳에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합니다.

노후(老朽) 건물 → 낡은 건물

누(累)를 범(犯)하다 →잘못하다

가일층(加一層) →더욱더

 

 

위의 말들에서 보듯이 어려운 한자어 대신에 순 우리말이나 쉬운 한자어로 바꾸어 쓰면 알아듣기가 훨씬 쉬움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 쉬운 순 우리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남들과 말 주고받기가 잘 이루어질 것입니다.

 

 

요즘 이 한자어보다 더 말을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것은 외래어입니다. 원래 남의 겨레말들인데 이 외래어를 우리말 속에 마구잡이로 섞어 쓰게 되면 의사소통에 큰 장애가 일어납니다. 우리가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은 대체로 남의 나라를 부러워하는 데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사대주의 정신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19세기말까지는 중국 문화를 부러워 따라가려다 보니 한자말이 우리말 속에 대량으로 들어와 있고, 지금은 서양, 특히 미국을 부러워하다 보니, 서양 말, 그 중에서도 영어 외래어가 우리말 속에 많이 들어와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말들도 얼마든지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요즘 널리 쓰이는 말 몇 개를 예로 들어볼까요.

 

 

 

 

롤 모델(role model) → 본보기

치킨 게임(chichen game) → 끝장승부놀이

워킹 맘(working mom) → 직장인엄마/

                                           직장가진엄마

갈라 쇼(gala show) → 뒤풀이공연

아이 쇼핑(eye shopping) → 눈요기

 

 

 

 

요즘은 '힐링(healing)'이란 말이 들 불처럼 번져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에 해당하는 '치유'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힐링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우리가 남의 나라를 부러워하고 남의 나라말을 우리말 속에 마구잡이로 섞어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더 나은 우리말을 쓰려면 고운 말을 써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거친 말을 거리낌 없이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국가 원수를 깎아 내리는 상스러운 말들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둘러보면, 욕을 한다거나, 저속한 말을 쓴다거나, 품위 없는 말을 쓰는 사람들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언론 매체를 통해서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말을 하면 뜻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함께 실려 전해지고, 말하는 사람의 인품도 전해집니다. 그러므로 듣는 상대가 기분이 나빠지면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로 역효과가 나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교양과 인격이 전해져 품위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우리는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정확하고, 쉽고, 고운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의사소통이 더 잘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가 더 문화 수준이 높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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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정확한 우리말 사용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가상 부부의 대화를 들어보면 우리가 흔히 대화하는 모습이에요. 불필요한 대명사를 사용해서 다시 설명해야 하고 짜증까지 불러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이런 것들 외에도 우리가 잘못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간 아름다워서>라는 말도 잘못된 말이죠?

 

 

 

[답]

'여간'이란 부사 뒤에는 부정적인 말이 와야 합니다. '창 밖의 달빛이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처럼 부정하는 말을 붙여 어떤 사실을 강조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니 '아름답다'에 '여간'을 붙여 강조하려면 '여간 아름답지 않아서'와 같이 말해야 문법에 맞는 말이 되는 것이죠. 이와는 반대로 '행여'와 같은 말은 긍정적인 말과 호응되는 말이니, '행여 눈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죠. 이처럼 우리말에는 앞뒤의 호응이 맞아야 되는 말도 있으니 주의해서 잘 써야겠습니다.

 

 

[질문2]

두 번째로 짚어주신 내용이 바로 어려운 말, 불필요한 한자어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게 사대주의에 젖어서 쉽고 예쁜 우리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고는 하거든요? "지난 번 간담회(懇談會)에서 나온 견습(見習)사원 채용(採用) 건을 홈페이지에 게재(揭載)하세요."라는 문장도 충분히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겠죠?

 

 

 

[답]

'게재하다'라는 한자어가 어려운 말이죠. '싣다'라는 쉬운 순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어를 써서 이해하기 어렵게 할 필요가 없죠. 참고로 말씀 드리면 지금 우리나라의 법률 용어나 문장들에 어려운 말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제처에서는 모든 법령을 2015년까지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필(畢)하다'는 '마치다'로, '허위(虛僞)'는 '거짓'으로, '암거(暗渠)'는 '지하 도랑'으로, '도래(到來)하다'는 '이르다'로, '균분(均分)하다'는 '똑같이 나누다'로 바꾸는 등으로 법률 정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3]

이렇게 우리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끝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나는데요. 마지막으로 외래어에 대한 질문 하나 더 드려보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에 외래어, 특히 영어가 쓰이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말 깊숙이 자리 잡았는데요.

'리플, 웰빙, 스크린 도어, 네티즌' 이러한 단어들도 충분히 순화해서 사용할 수 있겠죠?

 

 

 

[답]

리플은 상대방의 글에 대응해 보내는 글이나 '댓글'로 바꿀 수 있죠. 요즘 실제로 '댓글'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웰빙'은 참되게 잘 살아가자는 뜻이니 '참살이'라고 해야 뜻이 더 명확히 이해되지 않겠습니까? '스크린 도어'는 안전 장치로서 단 문이니, '안전문'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죠. 그리고 '네티즌'이라는 말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람 누구나 다를 가리키는 말이니 순 우리말 '세상'을 뜻하는 '누리'에 '꾼'을 붙여 '누리꾼'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군요.

 

 

 

 

이렇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기 쉽고 발음도 예쁜 우리말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박사님 강의와 질의 응답까지 올바른 우리말 사용하기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참잘했어요

 

 언어는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화이고 또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잃는다면 나라를 잃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우리말을 지키는 것이 곧 애국의 첫 걸음이라는 생각 잊지 마시고요. 앞으로도 우리말 바로 쓰기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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